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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종이야기

2021.1.17~2021.1.26 입원기록 1일차

by 팔사오구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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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종이 의심되어 검사 예약을 잡아 놓은지 일주일이 지나도 코로나로 병실이 부족한지 연락도 없어서 기다리다 1월 16/17/18 여행을 계획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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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에 짐을 싸고, 신나고 들뜬 마음으로 서울에서 대천으로 출발했다. 출발하고 한참을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병실 자리가 났으니 코로나 검사 후 내일 오후에 입원하세요~

일단 코로나 검사부터 진행하고 음성판정이 나와야 입원이 가능하다는 병원의 얘기. 너무 갑작스러워 이번 입원 미루면 바로 자리 없죠?라고 여쭤보니 언제 병실이 나올지 몰라요 라는 대답.. 더 이상 고민 할 수 없어 낼 입원 할게요. 대답하고 휴게소 들러 목적지를 병원으로 다시 변경하고 서울로 다시 향했다.

-태어나 여행을 가다가 다시 돌아간 경우는 처음이었다. 예약한 리조트에 급하게 취소를 하니 페널티가 270일ㅠㅠ (나중에 확인해 보니 코로나로 여행취소가 많아 없앴다고 했다) 어쩌겠냐 싶었지만 내심 아이들과 남편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휴게소에 츄러스 하나씩 먹이고 병원을 향해 달려가는 중 창밖을 보니 참고 있던 눈물이 흐른다. 여행에 들떠있는 우리 가족. 나로 인해 기분이 가라앉아버렸다. 미안하고 또 이런 상황에 나 스스로 화가 나고, 앞으로 갈길이 얼마가 될지 몰라 무섭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겹쳐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

 

첫 코로나 검사- 너무 아팠다.

어디까지 면봉으로 후벼 파는 건가요.......... 끝도 없이 깊이 들어간다.

잠깐의 시간이였지만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입원할 때마다 코로나 검사는 해야 한다는 현실........)

검사 끝난 직후 바닥을 향해 기침을 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코피가 흐르는 거 같아 바깥쪽에서 기다리는 딸을 향해 걸어가 엄마 코피 안 나니? 뭔가 코피 날 거 같은데?라고 물으니 아니? 코피안나.ㅋㅋㅋㅋㅋ 그래서 만져서 보니 콧물이었다.

이렇게 정해진 시간에 맞춰 코로나 검사를 끝내고 광장시장에서 저녁거리 사서 집으로 왔다.

17일 입원- 오후 8시까지였고, 주말이라 응급실을 통해 등록하고 병실로 갈 수 있었다.

이날 느긋하게 늦잠자고, 짐 싸고, 아이들 챙겨 친정에 맡기고, 남편과 병원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응급실에 가서 코로나검사 결과 문자를 보여드리고 병실 안내받고 올라갔다.

오후 7시 반 첫 입원이라 모르는 게 많았고, 병원에 내 정보가 없는터라 몸무게/키 재고, 이런저런 간호사의 물음에 대답하고, 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복으로 갈아입었다.

첫 검사는 바로 X레이와 CT를 찍자고 하셨다. 하지만 CT는 금식이 필요했던 터라 새벽 2시에 찍을 수도 있다고... 헉. 새벽 2시에 검사를요?라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하셨다. 오늘 밤에 잠은 다 잤네 싶었다..

 
 

팔에 바늘은 끼고 피를 7통을 뽑아갔다.

그러며 조영제를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바늘은 그냥 계속 끼고 있으면 된다고 하였다. 사실 주사 맞는 것도 무서워하는터라.. 손목을 볼 때마다 뭔가 안 아파도 아픈 느낌으로 촬영 안내 할 때까지 기다렸다.

핸드폰을 하다가 책도 꺼내보다가 새벽이라고 했으니 좀 잘까 하다가 잠이 안 와 말똥말똥 시간을 보냈다. (벌써부터 할 게 없고 심심~)

 

10시 40분 정도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1층으로 내려가 CT와 X레이를 촬영했다. 늦은 시간이라 대기 환자도 없고 금방 찍고 올라와 쉴 수 있었다.

-출산 2번 그리고 조리원 생활만 해봤지. 어릴 적 잔병치레 말고 성인이 되어서 처음으로 하는 입원이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잠은 잘 잘 수 있을지 잠자리 바뀌면 잘 못 자기는 했는데 뭔가 긴장감이 생겼다. 낼 어떠한 검사를 할지 몰라 걱정도 되고, 잠은 안 오지만 자야지 눈을 감았다. 12시-2시-4시-5시까지.....

눈은 감아도 정신이 말똥말똥.. 자야 하는데 왜 잠을 못 자는가.. 3인실 병동에 바로 옆에 계신 분이 밤새 5시까지 잠을 못 주무시고 아프다고 하소연하고, 간호하는 아들과 밤새 얘기하는 소리에 더 예민 모드가 되었다. 불도 환하게 켰다 껐다를 반복.. 안대를 챙겨 올걸 후회를 했다. 남편 차에 갖고 있던 무릎담요가 생각나 눈만 덮었다.. 이거 무슨 냄새인가..... 11월에 글램핑에 놀러 갔다가 춥다고 애들이 덮었던 담요.. 온갖 불냄새,,, 고기냄새가 범벅.... 코에 가까이 댈 수가 없어 겨우 눈만 덮어 빛만 감추고 자려고 노력해 5시에 잠들었다..

커튼하나로 옆에 누워계신 어머님. 자궁경부암으로 검사를 위해 오신 듯 보였다. 약물 때문인지.. 정신과 상담도 잡히셨다고 들었는데.. 밤새 아프다고 얘기하시며 헛것보이시고 알 수 없는 얘기만 하셨다.. 아파하시는 소리에 괜히 덩달아 나도 아픈 것 같았다. 큰 병원 올 일이 없었던 나는 이번에 느꼈다. 아픈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괜히 맘속으로 기도해 본다.. 아픈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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