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끝나고 일주일 전 찍은 검사 들으러 가는 날이다.
과연.. 3차 항암 후 받았던 관해는 여전할까 또 재발이라고 하면 어쩌지.. 걱정반 기대반 결과 들으러 가는 날..
하지만 이틀 전.. 문제가 생겼다.
내가 아닌 둘째아이 건강.
항암 하며 이래저래 아이들을 못 챙긴 부분이 많다.
영유아검진도 7월 9일까지 하라는 거 미루다가 7월 6일 다녀왔는데 귀에 진주종이 있다고 했다.
난 림프종.. 아들은 진주종..
뭔가 종양이라는 말을 듣는데 무섭고 기분이 나빴다.
설마.. 잘 못 본걸꺼야.소아과에 나와서 아이손을 잡고 신랑에게 전화를 걸어 얘길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왜 이런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는 걸까.
슬프기만 했다.. 아픈 건 나로 끝내고 싶었는데..
눈물을 닦고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아이귀 좀 봐달라고.. 내시경 사진을 다시 찍어서 보니 소아과에서 본 것과 같은 게 보였다..
신랑과 통화를 하고 바로 대학병원에 예약을 했다.
7월 8일 11시가 내 외래 진료인데 아들 진료는 9시로 잡았다고 했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았다.
아이들에게 선천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거라며 수술로 떼어내면 문제없다고.. 그나마 다행이었다. 큰 문제 되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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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진료에 신랑 출근시간까지 맞춰야 해
6시에 일어나 7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신랑회사 도착하니 8시쯤.
회사에 가 옷을 갈아입고 온다고 해 기다렸다가
함께 소아과 가니 8시 45분쯤 되었다.
기다리다 교수님 뵙고 첫 진료를 받았다.
그리고 청력 검사 하고, 다음 시티검사 예약을 잡고 나왔다.
아이들에게 흔한 건 아니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진주종으로 수술하는 일 흔한 일이라며 걱정 말라고 하셨다.
우리 집에 우환이 있나... 왜 이러는 걸까.. 그냥 마음이 싱숭생숭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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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고 해 슬리퍼 차림에 우산까지 챙겼는데 비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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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진료 차례..
어차피 오래 걸리고 대기도 길어 미리 도착접수증을 발급받아 놓았다.
그리고 잠바주스에 가서 아들과 주스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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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마시고 진료실 앞에 가서 미리 대기하려고 올라갔다.
앉을자리 한 군데도 없었다..............ㅠㅠ
코로나로 떠들썩하니 바깥으로 나가볼까 테라스로 나갔다.
저기 구석진 끝에 자리가 있었다.
여태 항암 받으며 진료 보러 오면서 야외 테라스는 처음 나와봤다.
아들과 함께 앉아 비둘기 한 쌍 바라보며 시간을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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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이 문 앞에만 서면 너무나 떨린다.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고, 의자에 앉자마자 결과가 너무 궁금해요!!라고 여쭈었는데.. 바쁜 일이 있으신지 폰을 보고 계신다. 빠른 결과의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기다렸다.
바쁘신 일 끝내셨는지 저번 검사결과 보자며 컴퓨터로 시선을 돌려 내 이름을 찾아 시티 사진을 클릭하신다.
3차 때 결과가 좋았으니 이번에도 좋을 거예요!!라고 말하시며 확인해서 보여주신다.
"아주 깨끗해요" 케모포트 제거 시술만 예약하고 빼면 돼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거냐니 아마 예약을 잡고 해야 해서 당장은 아니고 확인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 여쭤보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정답이 없다고!! 조심해야 하는 것도 방지도 아무것도 없다고......... 듣고 나니 뭔가 두렵고 공포스럽다.... 흑
하지만 재발이 오지 못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나 스스로 노력해 보겠다고! 새 삶을 얻은 기분으로 다시 제2 인생을 시작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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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모포트의 제거는 빠른 게 10월 초
그래서 제거 시술 예약과 그전에 피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 피검사 예약까지 잡고 나왔다.
그리고 종양내과 교수님은 3개월 후 뵙기로 했다. 나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그동안 하루하루 건강 잘 챙겨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에 오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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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나와 근처 대학로 한 바퀴 돌고 가야지 하다가
6살 꼬맹이 아들한테 높은 곳에 남산 보이는 곳 가볼래?라고 물으니 그래 좋아!!라고 해서 낙산공원을 향해 올랐다.. 언덕을 보더니 뭐야 언덕이 자나?라고 투덜대며 열심히 걷고 걸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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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우리 갔던 병원 보인다! 아빠 회사도 그 옆에 보이고~~
아들을 봤더니 이마가 땀이 범벅..
신랑이 거기 올라가면 후회할걸...이라고 했는데...
온몸이 끈적끈적 땀으로 다 젖었다.
가발에 모자... 머리도 이미 땀으로 축축이 젖었다..
이래서 후회할 수도 있다고 했구나!! 올라가기 전에는 이렇게 더울지 몰랐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ㅎㅎ
잠시 사람 없길래 가발을 벗었더니 아들이 장난을 친다!! 저기 사람 온다 엄마~~~
어디 어디??라고 물으니 뻥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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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항암으로 난 너무나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고, 예전 같지 않은 체력으로 힘들었지만.. 이렇게 완전관해 판정받고 기쁜 마음으로 오를 수 있어서 이마저도 행복했다.
아프기 전에는 육아다 일이다 힘들다고 투덜대며 한숨만 푹푹 쉬던 일상들..
지금도 물론 힘들 때 있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내가 숨 쉬고 살아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잠들기 전에도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늘 갖게 되었다.
암으로 인해 절망 좌절 슬픔 아픔 모든 것을 다 겪었지만
얻은 게 있다면 긍정 감사 목표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 힘든 일을 겪었으니 뭐라도 다 이겨낼 수 있어!!라는 자신감도 얻은 거 같다(재발이란 놈은... 빼고;;)
암이라고 내일 죽을 것처럼 울며 눈물로 밤새던 날들.. 치료 잘 받고 이렇게 기쁘게 웃을 날도 반드시 찾아오니 모든 환우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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